삼구정(三龜亭)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   경북유형문화재 제213호


삼구정은 계권(係權)의 아들 영전(永銓) 영추(永錘) 영수(永銖) 형제가 88살의 노모 제평공(齊平公) 권맹손(權孟孫)의 딸인 예천권씨를 위해 마을 입구의 나즈막한 언덕, 동오동산에 지은 정자다.
예천 권씨는 여름철이 되면 집에서 나와 이 언덕의 나무그늘에서 쉬기를 즐겨했다. 이를 본 아들들이 힘을 모아 1495년 이곳에 정자를 세웠다.
현판 글씨는 《용재유고》를 쓴 용재(慵齋) 이종준(李宗準 출생년 미상~ 1499)이 썼다.

삼구정은 정자 옆에 있는 세 개의 바위가 거북모양을 하고 있어서 지은 이름이다. 3개의 바위는 거북 3마리가 정자를 등에 진 것 같은 모습이다. 이 바위는 작은 돌 두 개 위에 판석을 얹은 형태인데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로 추정하기도 했다. 바위를 굳이 거북모양으로 본 것은 거북이 십장생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모의 장수를 염원하는 자식들의 마음이 전해온다.

정자를 세운 아들들은 명절과 기쁜 날에 어머니를 가마를 지고 정자에 올랐다. 형형색색의 색동옷을 입고 어머니를 기쁘게 했다고 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노래자가 어머니 앞에서 재롱을 떨며 기쁘게 했던 고사를 따랐던 것이다.

 정자 안은 조선의 내로라 하는 문장가들의 기문과 시문이 가득하다. 기문은《용재총화》의 저자 용재(慵齋) 성현(成俔, 1439∼1504)이 썼다. 그는 용재 외에도 허백당(虛白堂) 등 다양한 호를 썼는데 기문에 쓴 호는 허백당이다.

“풍산현은 안동부의 속현으로 고을 서쪽 5리쯤에 ‘금산(金山)’이라는 마을이 있고 그 금산 마을 동쪽 20보 쯤에 ‘동오(東吳)’라는 봉우리가 있는데, 높이는 예닐곱 길밖에 안 되지만 그 꼭대기에 정자가 걸터앉아 있다. 동쪽·서쪽·남쪽은 모두 넓은 들판으로 형세가 시원하게 트여 있어 전망이 끝없이 펼쳐진다.” 고 썼다.

정자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구조다. 우물마루로 깔고 사면을 개방한 초익공양식 5량가구의 팔작집이다. 여러 차례 보수를 하였고, 1947년에는 대대적인 개축 공사를 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정자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지만 사방이 탁 트여 소산마을과 풍산들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름을 나기에는 그만이다. 예천권씨 노모가 여름철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곳에 앉아 있기를 즐겼다는 말이 실감난다. 실제로 여름이면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나와 피서를 즐긴다고 한다.정자 주변에는 고인돌로 보이는 바위돌이 흩어져 있고 오래된 나무가 기이한 형태로 시립해 있다. 오래된 느티나무도 이 언덕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언덕 아래에는 연꽃을 심은 둥근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청음이 삼구정팔경을 노래하니 장유와 신흠이 그것을 받아 삼구정팔영을 노래했다.

    ----------삼구정팔영(三龜亭八詠)-------------     

       계곡(谿谷) 장유(張維)의 4영

학교청봉(鶴嶠晴峯)


왕자는 어느 해에 궐 밖 유람 즐겼던가
복 받은 뜰 옛날 이름 천년토록 전해 오네.
맑은 하늘 부용 색깔 수려한 산봉우리
계수나무 부여잡는 시인의 가을이로다.

마애초벽(馬崖峭壁)


맑은 물굽이 짓누르며 우뚝 솟은 푸른 단애
천길 층층 쌓인 철벽 기어오를 수 없어라.
단풍잎과 들꽃은 색칠한 듯 붙어 있고
물결에 일렁이는 서늘한 그림자 기막히네.

현리연화(縣里煙花)


강물 가에 누워 있는 풍산 옛 고을
난리 뒤 누대도 절로 새로워졌구나.
해마다 흐드러진 꽃 올해도 활짝 피었나니
그 풍광 영락없이 무릉도원 봄빛일세.

>역동한송(驛洞寒松)


일백 살 소나무 숲의 새로운 모습
안팎으로 비취색 고르게 깔린 언덕.
그 시절엔 사슴뿔도 거의 막아냈으련만
지금은 모두 변해 늙은 용의 비늘 같네.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4영

장교관가(長郊觀稼)


너풀너풀 춤을 추는 천 이랑의 벼들이
논두렁에 즐비하게 비단결을 이루었네.
다만 바라노니 좋은 날씨 계속되어
이 즐거움을 영원히 누렸으면.

곡저타어(曲渚打魚)


곡강(曲江) 물가에다 어구를 펼쳐 두니
그물 친 곳엔 물이 어찌나 많은지.
참으로 우스워라 피라미 떼들은
낚싯줄을 입에 물고 꼬리를 흔들어대네.

삼복피서(三伏避暑)


인간세상 삼복이면
대지가 뜨겁기 불과도 같은데
이 정자만은 도대체 어찌하여
시원한 바람이 머리 위로 불어올까.

중추완월(仲秋翫月)


일 년 중의 중추절
중추 이날 밤 달이
마음속 깊은 곳을 깨끗이 맑게 하니
나는 달의 보금자리를 더듬네.